드라마 <고려거란전쟁> :: 고려 현종의 업적과 역사 이야기

 

KBS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이 11월 11일 오후 9시 25분 처음 방송됩니다. <고려 거란 전쟁>은 고려 제8대 왕 현종이 강감찬을 비롯한 영웅들과 함께 당시 최강국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고려의 번영을 이끌었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드라마를 볼 때 고려의 제8대 왕 현종이 누구인지, 당시 시대상황은 어떠했는지를 알면 드라마가 더 재미있어질 것 같아 고려 현종의 업적에 대해 정리해보았습니다. (이하 내용에서 쓰일 사진 자료들은 드라마 '천추태후'의 장면들을 캡쳐한 것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현종의 출생과 혈통

현종은 992년 왕건의 8남인 안종 왕욱과 천추태후의 언니이자 경종의 미망인이었던 헌정왕후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혈통만 보면 현종은 고려 왕실의 핏줄과 신라 왕실의 핏줄을 모두 이어받은 고귀한 혈통의 소유자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현종의 아버지 왕욱이 5대 왕인 경종의 왕비이자 자신의 조카 딸이 되는 헌정왕후와 정식으로 혼인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연 관계를 맺고 현종을 낳았다는 점입니다. 고려의 왕족들은 정권 초기에 정치적인 이유로 근친간의 결혼을 많이 올렸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는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고려왕 중에는 과부를 후궁으로 들이거나 재혼 또한 비교적 자유롭게 했었기 때문에 그것 또한 별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진짜 문제가 된 것은 선왕의 왕비이자 현 국왕의 누나로서 지체높은 신분을 가진 여인이 정식으로 혼인을 하지도 않은 채 삼촌과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입니다. 

 

 

어머니인 헌정왕후는 현종을 낳은 지 1년 만에 세상을 떠납니다. 아버지인 왕욱 또한 현종이 5살일 때 병으로 사망합니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모두 잃은 현종은 매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됩니다. 

 

  어린 시절의 현종

현종의 외삼촌인 성종은 조카를 안쓰럽게 여기며 보모에게 현종을 기르도록 합니다. 그런데 외삼촌 성종마저 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또다른 비극이 닥칩니다. 성종 사후, 5대 왕인 경종의 아들 목종이 왕위를 이어받게 됩니다.

 

현종은 비록 사생아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엄연한 왕족이었으며, 왕건의 직계후손이었기 때문에 강력한 후계자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현종은 목종의 어머니인 천추태후의 미움을 받게 됩니다. 천추태후는 자신의 애인인 김치양과의 아들을 경종 다음의 왕으로 세우려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현종을 큰 걸림돌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현종이 영특하다는 소문이 나자 위기감을 느낀 천추태후는 현종을 강제로 머리를 깎게 한 뒤 양주 삼각산에 있는 신혈사라는 절에 승려로 보내버립니다. 이후에도 현종은 천추태후와 김치양이 보낸 궁녀들에게 독이 든 음식을 먹을 것을 강요받거나, 자객들에게 목숨을 위협받는 등 그야말로 비참하고 처절하게 목숨만 건지면서 어린 시절을 살아갑니다. 

드라마 <천추태후>의 천추태후와 김치양

 

그나마 국왕인 목종이 평소 현종을 자신의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천추태후가 암살 시도를 할 때마다 방해를 하며 필사적으로 현종을 지켜주었습니다. 이후 목종은 현종을 보호하기 위해 서경의 도순검사 강조에게 명하여 개경으로 그를 불러들이라고 명합니다. 

 

그런데 개경으로 오던 강조는 갑자기 정변을 일으켜 목종을 시해하고 천추태후를 실각시킨 후 현종을 고려의 8대 국왕으로 추대하게 됩니다. 현종은 이렇게 최악의 상황 속에서 다른 사람의 손에 의해 왕이 되었습니다. 

드라마 <천추태후>의 강조

 

  거란의 2차 침입 

(고려와 거란과의 전쟁은 총 3차에 걸쳐 진행됩니다. 이중 1차 고려-거란 전쟁은 성종 때 벌어지며, 일명 '서희의 외교담판'으로 무사히 넘어가게 됩니다. 2차, 3차 고려-거란 전쟁은 지금 보고 있는 고려의 현종 시대에 일어납니다.) 

 

현종은 먼저 문무 관료 체계를 새롭게 재편하고 백성들의 세금과 부역을 줄여주었으며, 거란에 사신을 보내고 군량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왕위에 오른 지 1년 만에 요나라(거란) 최고의 명군인 성종이 '강조의 정변'을 구실로 고려를 침략해옵니다. 요나라는 강조의 죄를 묻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 그들의 속셈은 고려가 송나라와 교역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었습니다. 

 

요나라 성종이 40만 대군을 이끌고 침략해오자, 당시 권력을 잡고 있던 강조가 30만 대군을 몰고 나가 맞섰습니다. 초반에는 고려 군이 우세한 상황도 있었지만 한순간의 방심으로 강조의 군대는 패배하고 처형당합니다. 이때 현종은 호남지방의 나주까지 피난을 가게 됩니다. 

 

이때 멸망의  위기에 처한 고려를 구한 인물이 바로 양규입니다. 양규는 총 7번의 전투를 치르면서 수많은 거란군을 사살하고 사로잡혀있던 고려의 백성 3만명을 구출해냅니다. 마지막 전투에서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 현종을 지켜내기도 했습니다. 현종은 양규의 공을 기려 그에게 '삼한벽상공신'이라는 칭호를 내려주는데, 이것은 고려 태조 왕건이 건국공신들에게 내렸던 칭호와 같습니다. 

드라마 <천추태후>의 양규

 

  거란의 3차 침입

고려 역사상 최악의 위기라고 불리는 거란의 2차 침공을 막아내면서 고려의 힘은 점점 강해집니다. 하지만 거란(요나라)은 현종 9년 1018년에 세번째 침략을 해옵니다. 소배압을 총대장으로 10만의 기병을 이끌고 온 것입니다. 거란군은 개경과의 거리가 불과 40km밖에 되지 않는 신은현에 도착합니다. 

 

현종은 2차때와는 달리 도망가지 않고 개경에서 맞섭니다. 현종은 청야전술을 써서 성밖의 백성들을 모두 성안으로 대피시키고 들판에 있던 곡식과 짚을 모두 불태워 적들이 쌀 한톨조차 얻지 못하게 만듭니다. 그 후에 성의 수비를 단단히 하는 한편, 소배압이 정찰삼아 보낸 300명의 기병을 100명의 기병으로 야간 기습해 전멸 시키기도 했습니다. 

 

기가 꺾인 거란 군은 결국 뒤로 물러나게 되는데요, 이때 강감찬 장군이 이끄는 병력이 이들이 물러나는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피로에 지친 거란군을 박살냅니다. 이 전투가 바로 그 유명한 귀주대첩입니다. 

드라마 <천추태후>의 강감찬

 

당대 최강국이었던 요나라의 침략을 두번이나 막아내면서 주변국들 사이에서 고려의 위상은 예전과는 180도 달라집니다. 

 

  현종의 업적

현종은 거란과의 전쟁이 끝난 후 스스로를 황제라 칭합니다. 송나라에서도 고려의 황제칭호를 인정합니다. 이후 현종은 평화를 바탕으로 수많은 업적들을 세우게 됩니다. 

 

동여진의 해적이 100척의 함선을 이끌고 경주를 침략하자 그들을 토벌해버린 후 수백 척에 이르는 함대와 수군을 만들어냅니다. 

 

또한, 고려의 지방제도를 정비해 5도 양계 체제를 만들어 호족 세력을 약화시키고 왕권을 바탕으로 한 중앙집권 체제를 확고히 합니다. 

 

그리고 각 주마다 창고를 설치하는 주창수렴법, 70세 이상의 부모를 가진 백성의 군역을 면제해주는 면군급고법, 군인의 유가족들을 지원하는 구분전 등의 구제법을 마련했습니다. 

 

또한, 왕실의 기록인 고려실록을 다시 편찬하고, 팔만대장경의 원본으로서 고려 불교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초조대장경을 간행합니다. 성종 이후 폐지됐던 연등회와 팔관회를 부활시키기도 합니다. 

 

당시 고려의 성들은 성의 수비 범위가 작아 적에게 쉽게 공략당했습니다. 성종은 이것을 깨닫고 재위 20년에 무려 23km에 달하는 거대한 나성을 축조해 도시 전체를 둘러쌓아버립니다. 현종이 정비한 이 도성제는 고려가 멸망할 때까지 그대로 이어진 것은 물론이고, 조선왕조의 수도인 한양의 도성을 짓는 데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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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거란(요나라)의 침입을 2차례나 막아내고 여러 제도와 문물을 정비한 고려 최고의 성군 현종의 이야기였습니다. 

 

현종과 관련해서는 드라마 <천추태후>에서 김지훈 배우가 연기를 펼친 적이 있는데요, 이번에 새로 방영되는 <고려 거란 전쟁>에서는 김동준 배우가 현종으로 열연을 할 것이라고 합니다. 새 드라마에서 펼칠 현종의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좌) <천추태후>의 현종 김지훈 배우 // (우) <고려거란전쟁>의 현종 김동준 배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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