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거란전쟁>에 나오는 흥미진진한 인물들 중 오늘 알아볼 인물은 탁사정입니다. 그리고 탁사정을 이야기함에 있어 떼어놓으려야 떼어놓을 수 없는 인물인 대도수도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탁사정의 초기 행적
탁사정은 초기 기록이 없어 출생연도나 출신 등은 알 수가 없습니다. 그가 기록에 처음 등장하는 시기는 1009년 1월입니다. 당시 고려 7대 왕 목종이 천추전에서 발생한 화재를 계기로 병에 걸려 드러눕습니다. 탁사정은 이때 유방, 하공진 등과 함께 목종의 침전 앞에서 당직을 섰다고 합니다.
하지만 얼마 뒤, 서북면 도순검사 강조가 정변을 일으키기 위해 5천 명의 군사를 이끌고 개경으로 쳐들어오자, 탁사정은 하공진 등과 함께 강조의 편에 가담하게 됩니다. 이렇게 강조의 일파가 된 탁사정은, 이후, 동북 지역의 군대를 총괄하는 동북의 도순검사가 됩니다.
제2차 여요전쟁 발발
그러던 중 1010년, 요나라의 황제 성종이 40만 대군을 이끌고 고려를 침략하면서 제2차 여요전쟁이 발발합니다. 성종이 이끄는 요나라의 대군은 고려의 통주에서 강조의 30만 고려군을 격파합니다. 그리고 승세를 탄 요나라 군은 이어서 고려의 곽주, 안북부, 숙주를 차례로 함락시킵니다. 그러고 나서 요나라 군은 고려 제2의 수도인 서경을 위협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서경의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서경의 책임자인 원종석이 요나라에 항복하기로 마음먹으면서 성안의 분위기가 몹시 뒤숭숭해집니다. 오로지 현종의 명으로 동북면에서 먼저 서경에 도착한 지채문 등만이 항전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탁사정과 대도수 등이 군사를 이끌고 서경으로 합류하자 그제서야 서경성은 항전태세를 갖출 수 있었습니다.
대도수의 초기 행적
여기서 처음 등장한 대도수에 대해서도 잠시 살펴보고 넘어가겠습니다. 대도수는 출생연도와 출신 등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다만 그의 성이 대씨이기 때문에 그가 934년 고려로 투항해 온 발해의 마지막 세자 대광현의 아들 혹은 손자라고 추측되고 있습니다.
그가 처음 기록에 등장하는 시기는 제1차 여요전쟁이 벌어진 993년입니다. 993년 10월, 요나라의 장수 소손녕은 대군을 거느리고 고려를 침략합니다. 소손령은 고려의 봉산군을 쳐서 빼앗은 뒤 고려에 아래의 글을 보내 겁을 줍니다. "80만 군사가 당도했으니, 만약 강으로 나와 항복하지 않는다면 모조리 섬멸한 것이니, 군신 모두가 속히 아군 앞에 와서 항복해야한다." 80만 대군이란 과장이었겠지만, 그래도 이러한 겁박이 통했는지 잔뜩 겁에 질린 고려의 조정 내부에서는 항복론이 대세를 이루게 됩니다. 심지어는 서경 이북의 땅을 떼어주자는 이른바 할지론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당시 고려의 6대 왕 성종도 할지론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서희가 나서서 항복에 반대하자 성종은 항복이 아닌 항전으로 마음을 굳히게 됩니다.
한편, 소손녕은 고려 측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이번에는 고려의 안융진을 공격합니다. 이때 중랑장 대도수와 낭장 유방이 요나라 군의 공격을 막아내는 매우 값진 전공을 세웁니다. 이후 서희는 소손녕을 만나 그 유명한 담판을 짓게 되는 것입니다. 아마 대도수가 안융진에서 소손녕의 요나라 군을 막아내지 못했다면 서희가 소손녕과의 담판을 통해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이후 대도수에 관한 기록이 다시 등장하는 것이 1010년 제2차 여요전쟁, 이 순간입니다.
제2차 여요전쟁에서의 활약
다시 제2차 여요전쟁으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당시 고려의 8대 왕인 현종은 상황이 불리해지자 일단 시간을 끌기 위해 요나라 측에 항복 의사가 담긴 표문을 올립니다. 그러나 요나라 황제 성종은 고려측이 진짜로 항복할 줄 알고는 마보우라는 인물을 개성유수로, 왕팔이란 자를 부유수로 삼은 뒤, 을름을 보내 기병 천명을 거느리고 그들을 호위하게 했습니다. 또한 한기라는 인물을 시켜 기병 200명을 거느리고 서경으로 향하게 합니다.
서경성 북문에 도착한 한기는 이렇게 외칩니다. "황제가 어제 유경, 노의 등을 보내어 조서를 가지고 와서 효유하였는데 어찌하여 지금까지 전연 소식이 없느냐. 만약 명령을 거역하지 않는다면 유수와 관료들은 와서 나의 지시를 받으라" 그러자 이 말을 들은 탁사정은 지채문과 모의한 뒤, 휘하 장수인 정인 등에게 곧장 날랜 기병을 이끌고 성 밖으로 나가 공격하도록 명했고, 그 결과, 한기와 그가 거느리고 온 요나라 기병 100명을 사살하고 나머지를 모두 사로잡습니다. 또한 탁사정은 지채문을 선봉으로 삼아 성 밖에 있는 을름의 기병 천명을 공격하도록 명하여 그들을 대파합니다. 기록에 따르면 탁사정의 지휘로 연달아 승리를 거두면서 성안의 민심이 조금이나마 안정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얼마 뒤, 요나라 성종은 을름에게 다시 군사를 주어 서경을 공격하도록 명했고, 을름의 군대가 서경을 향해 진격해오자 이를 발견한 척후병이 성으로 돌아와 이렇게 보고합니다. "적군이 안정역으로 와서 진을 쳤는데, 그 형세가 매우 강성합니다" 이에 지채문은 즉각 탁사정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탁사정은 승려 법언과 함께 직접 군사 9천명을 거느리고 성 밖으로 나가 임원역 남쪽에서 요나라 군 3천명의 목을 베는 대승을 거둡니다.
탁사정의 배신
대승을 거둔 다음날, 지채문이 다시 성 밖으로 나가 요나라 군과 전투를 벌이는데, 이때 요나라 군이 패하여 달아났다고 합니다. 그러자 성 안에서 그걸 지켜보던 장수와 군사들이 앞다투어 달아나는 요나라 군을 맹추격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추격 도중에 마탄이란 곳에 이르자 후퇴하던 요나라 군이 갑자기 방향을 돌려 역습을 가했고, 이에 그들을 추격하던 고려군은 대패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요나라 황제 성종은 서경성을 포위한 뒤, 자신은 서경성 서쪽의 절에서 숙영을 하였습니다. 이처럼 상황이 급격하게 불리해지자 탁사정은 대도수를 불러 이렇게 말합니다. "그대는 동문으로 나는 서문으로 나와 앞뒤에서 공격하면 이기지 못할 것이 없다" 그렇게 기습을 약속한 뒤 탁사정은 밤을 틈타 휘하 군사들을 데리고 성에서 나가 도망쳐버립니다.
한편, 대도수는 탁사정의 말만 믿고는 군사들을 거느리고 동문으로 나갑니다. 하지만 약속했던 탁사정이 나타나지 않았고, 뒤늦게 탁사정에게 속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탁사정은 자신이 도망칠 시간을 벌기 위해 대도수를 속여 그를 요나라 군의 미끼로 던져주었던 것입니다. 대도수는 전력의 열세를 뒤집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결국 요나라 군에 항복하고 맙니다. 대도수에 대한 기록은 이후로는 존재하지 않아 이후로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한편, 탁사정의 도주로 서경성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기록에 따르면 당시 서경의 장수들이 뿔뿔이 흩어져 버리고 성안의 민심이 흉흉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조원, 강민첨 등의 활약으로 결국 끝까지 성을 지켜내게 됩니다.
혼자 도주한 탁사정은 제2차 여요전쟁이 끝난 직후, 우간의대부로 승진합니다. 이때까진 아직 그가 서경에서 도주했다는 사실이 조정에 알려지지 않았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 뒤 강조 세력에게 전쟁의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탁사정은 강조의 파로 몰려 박승, 최창, 위종정, 강은 등과 함께 섬으로 유배를 가게 됩니다. 이후로 탁사정에 대한 기록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탁사정은 하공진과 많이 비교가 되곤 합니다. 강조의 정변 때, 이 둘은 모두 강조의 편에 가담합니다. 하지만 하공진은 이후 현종의 목숨을 구한 뒤 요나라의 볼모로 끌려가 죽임을 당하면서 고려의 충신으로 남게 됩니다. 하지만 탁사정은 대도수를 속여가면서까지 혼자 도망쳤고, 이후에는 유배까지 떠나는 신세가 되고 맙니다.
고려에는 우리가 몰랐던 재미있는 인물들이 많으니 아래의 글도 함께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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