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폴레옹>이 12월 6일 국내에서 개봉합니다.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오늘은 나폴레옹 시대대 전후의 프랑스의 역사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요. 이 글을 읽고나서 영화를 보게 되면 영화가 더 재미있어 질 것입니다. 영화를 보고난 후 이 글을 보신 분도 영화를 본 후의 여운이 더 많이 남을 것입니다.
구제도의 모순
혁명 이전의 프랑스 사회체제는 절대왕정과 신분제를 바탕으로 유지되는 체제였습니다. 이 체제를 가리켜 구제도라고 합니다. 소수에 불과한 제1신분인 성직자와 제2신분인 귀족은 절대왕정의 보호아래 특권층으로 군림하며 많은 토지와 고위 관직을 차지하였고, 면세 특권을 누렸습니다. 하지만 농민, 수공업자, 상인 등 제3신분인 평민은 봉건적 의무와 막대한 세금을 부담하면서도 정치적 권리는 제한을 받는 구제도의 모순 하에 놓여있었습니다. 이에 제3신분 중 상공업과 전문직을 통해 부를 축적한 시민계급은 계몽사상과 미국혁명의 영향을 받아 구제도를 비판하고 자유와 권리를 누리고자 하였습니다.
삼부회의 소집, 인권선언, 입법의회
이 무렵, 프랑스는 계속된 전쟁과 왕실의 사치로 재정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1789년 국왕인 루이16세는 재정곤란을 해소하기 위해 삼부회를 소집합니다. 삼부회에 모인 세 신분의 대표들은 표결방식을 놓고 대립합니다. 제1신분과 제2신분은 기존의 신분별표결을 고집하였지만 제3신분은 전체회의에 근거한 머릿수 투표와 자신들의 대표수 증가를 요구하였습니다.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제3신분 대표는 독자적으로 국민의회를 구성하고 헌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해산하지 않겠다고 결의하는 '테니스 코트의 서약'을 선언하며 단결을 공고히 합니다.
그럼에도 루이16세가 국민의회를 탄압하자 1789년 파리 시민들은 절대왕정의 상징인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합니다. 혁명의 불길은 전국으로 퍼져 농민들은 영주의 성을 습격하였고, 장원 문서를 불태웠습니다. 국민의회는 봉전제 폐지를 선언하고 자유와 평등, 국민주권, 재산권 보호 등 혁명의 기본 이념을 담은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 즉 '인권선언'을 발표하며 헌법의 기본원칙을 제시하였습니다.
하지만 혁명 이념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루이16세는 국외로 탈출하려다 체포되어 민중의 반감을 자극하였습니다. 이 상황에서 국민의회는 1791년 입헌군주제와 재산에 따른 제한선거제에 기초한 새 헌법을 제정하였고, 이 헌법에 따라 의회가 해산되고 입법의회가 소집됩니다.
혁명전쟁, 공포정치
한편, 혁명의 전파를 우려한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이 프랑스를 위협하자 입법의회는 선전포고를 하고 혁명전쟁을 일으킵니다. 전쟁으로 인한 물가상승과 식량부족에 시달린 파리민중은 왕궁을 습격하여 왕권을 정지시킵니다. 그리고 곧이어 입법의회 대신 국민공회가 들어섭니다.
국민공회는 공화정을 선포하고 급진파인 자코뱅파의 주도로 루이16세를 처형합니다. 이에 놀란 영국, 오스트리아 등은 동맹을 맺고 프랑스를 공격하였으며, 프랑스 내부에서도 온건파인 지롱드파와 급진파인 자코뱅파 간의 갈등이 고조됩니다. 참고로, 자코뱅파는 소시민의 이익을 대변하고 현실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통제경제와 강력한 중앙집권을 주장하는 급진공화파들의 모임입니다.
국민공회가 계속된 전쟁으로 인한 극심한 경제난과 반란으로 위기에 처하자, 자코뱅파는 로베스피에르를 중심으로 온건파를 제거하고 정권을 장악합니다. 자코뱅파는 1793년 공화제와 보통선거제에 기초한 헌법을 제정하였으나 전쟁이 끝날 때까지 시행을 유보합니다. 또한 봉건적 공납을 폐지하고 물가안정을 위해 최고가격제를 도입합니다. 그리고 징병제를 통해 국민군을 조직하여 전쟁에 나섭니다.
자코뱅파가 세운 혁명정부는 공안위원회와 혁명재판소를 통해 수만명에 달하는 반혁명 세력을 무자비하게 처형하며 공포정치를 주도합니다. 그러나 로베스피에르가 주도한 공포정치는 점차 많은 사람들의 불만을 샀고, 결국 그는 온건파가 주도한 테르미도르의 반동으로 실각하여 처형됩니다.
총재정부, 통령정부
프랑스는 로베스피에르의 처형으로 공포정치가 끝난 후, 다섯 명의 총재가 통치를 책임지는 총재정부가 들어섭니다. 하지만 정부는 취약하고 무능하여 반대파의 음모와 비판에 시달렸으며, 물가가 급등하는 등 사회적 혼란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계속된 전쟁으로 군부의 세력이 커졌고, 젊은 장군 나폴레옹은 전쟁에서의 연이은 승리로 주목받기 시작하였습니다.
이후 나폴레옹은 쿠데타를 일으켜 총재 정부를 무너뜨리고 통령정부를 구성하면서 스스로 제1통령이 되어 권력을 장악합니다. 이로써 사실상 프랑스 혁명은 끝을 맺었습니다. 당시 유럽 각국은 프랑스 혁명이 국왕의 처형으로 이어지자 위기감을 느꼈고, 이에 영국을 중심으로 오스트리아, 러시아, 스웨덴 등의 나라 등은 프랑스 혁명 세력을 굴복시키기 위한 '대프랑스 군사 동맹'을 맺었습니다.
이후 영국이 막강한 해군력을 동원해 프랑스 해상을 봉쇄하는 등 프랑스에 심각한 타격을 끼치자 나폴레옹은 오스트리아를 함락시키며 대프랑스 동맹을 무너뜨립니다. 프랑스는 평화를 회복하였으며, 나폴레옹은 혁명의 성과를 이어받아 프랑스 은행 설립, 산업보호 정책 수립, 국민 교육제도 도입 등 개혁을 추진합니다. 그리고 자유와 평등, 사유 재산권 보장, 노동과 계약의 자유 등 새로운 시민 사회의 규범을 담은 나폴레옹 법전을 편찬하여 법 앞에 국민의 평등을 보장하였고, 이는 유럽 대부분의 지역으로 전파되어 각국 근대 법전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황제가 된 나폴레옹
이후 나폴레옹은 국민투표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황제에 즉위합니다. 황제가 된 나폴레옹은 프랑스의 팽창을 견제하려는 유럽 주변국들을 정복하고자 하였습니다. 나폴레옹은 다시 결성된 대프랑스동맹과 전쟁하여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 러시아를 격파하고 신성 로마제국을 해체하였습니다.
나폴레옹의 몰락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영국에 패한 나폴레옹은 영국을 굴복시키기 위해 영국과 유럽 대륙의 교역을 금지한 대륙봉쇄령을 내렸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였고, 이를 어긴 러시아를 응징하기 위해 떠난 모스크바 원정 역시 추위와 굶주림으로 인해 실패로 끝나고 맙니다.
그 후 대프랑스 동맹은 반격에 나서 프랑스 군대에 승리하였고(라이프치히 전투), 결국 나폴레옹은 유럽 연합군에 패하여 엘바 섬에 유배됩니다. 나폴레옹은 이듬해인 1815년 3월, 다시 파리로 돌아가 황제에 즉위하였으나, 워털루 전투에서도 패배하여 세인트헬레나 섬으로 유배됨으로써 완전히 몰락하고 맙니다.
나폴레옹 이후 '빈체제'의 성립
나폴레옹이 몰락한 후 유럽 각국의 군주들은 오스트리아의 재상 메테르니히의 주도로 빈에 모여 전후 처리와 새로운 유럽의 질서에 대한 회의를 엽니다. 빈 회의에서는 '정통성의 원칙'에 따라 유럽 각국의 영토와 지배권을 프랑스 혁명 이전으로 되돌리고자 합의합니다. 이는 프랑스 혁명으로 인해 전 유럽으로 자유민주주의 사상이 퍼져 각국 군주의 비재권이 흔들릴 것을 우려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를 자유민주주의 세력을 탄압하고 보수적인 구제도와 질서를 지키려는 '빈체제'라고 합니다.
이상, 나폴레옹의 전후 프랑스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정도만 알고 영화를 보면 영화를 더더욱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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