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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 ★/기타

양세형 시집 별의길 대표시 보기

by 꿀돈잼 2024. 1. 13.

 

양세형이 시집 '별의길'을 출간했습니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으나 꽤나 시에 진지한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에 양세형의 대표시 몇개를 읽어보았는데 사람의 마음을 울립니다. 오늘은 양세형의 대표시를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관련기사 보기) 양세형 시집 '별의 길', 서점가 베스트셀러 장악


코미디언

 

맑은 하늘

싱그러운 바람

눈부신 햇빛

 

참으로 웃기기 좋은 날이구나

 

대머리 가발을 쓰고

수염을 그리고

다크서클을 내리니

 

오늘은 빵빵 터지겠구나

 

인형탈을 쓰고 

밀가루를 덮어쓰고

양동이에 걸려 넘어지니 

 

웃음소리가 무대 천장을 뚫겠구나

 

후련함에 소주 한잔

행복함에 소주 한잔

걱정에 소주 한잔

 

깜깜한 밤하늘

차가운 바람

덩그러니 달빛

 

비틀비틀

달빛 조명 아래

비틀비틀

 

나는

코미디언이다


 

눈과 눈

 

꿈만 같았던 겨울밤

빛나던 하늘에서

뽀얀 낙하산을 피고

천사들이 내려옵니다.

 

아이들을 웃게 합니다.

 

칠흑 같던 겨울밤

어두컴컴한 하늘에서 

잿빛 낙하산을 피고 

악마들이 내려옵니다.

 

어른들을 울게 합니다.


 

 

집채만한 아카시아나무에 기대어

꽃향기 가득 들이마시곤

나뭇잎 사이사이 삐져나온 햇살을 바라보며

어른이 되는 꿈을 꾸었다.

 

어른이 된 지금

푹 꺼진 소파에 기대어

다시 돌아가고 싶은 

그런 꿈을 꾼다.


별의 길

 

잘 지냈소?

난 잘 지내오

 

그냥

밤하늘의 

별의 길을 따라가다

그대가 생각났소

 

난...몰랐소

밤하늘의 별이 

좋다고 해서 

그저 하늘을

어둡게 칠한 것뿐인데

그대 별까지 없앨 줄

난 몰랐소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그대에게 가는 별의 길은

나타나지 않았소

 

아쉬운 마음에

밤하늘의 어둠을

지우개로 지워보리오

 

잘 지냈소?

난 잘 지내오

 

오늘도 고개 들어 

별의 길을 쳐다보오


 

아빠 번호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확인 후 다시 걸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들려오는 차가운 목소리

아무도 받지 않을 걸 알면서도 

통화 버튼 누르기 전 여전한 떨림

 

회신 없는 번호지만 지울 수가 없다. 

 

"여보세요"를 듣기 위함이 아니다

그냥. 그냥.. 그냥...


반짝반짝

 

손을 아무리 뻗어도 닿을 수 없는 별들

어쩌면 별들도 사람에게 닿을 수 없어

저리 깜박이는 걸까

 

어쩌면 별들에게도 닿을 수 없는

우리는

 

별이다 

 


유언

 

그런 표정으로 서 있지 말고

옆에 풀이나 뽑아라

나의 마지막 계획이었다


 

물어본다

 

깊어가는 주름아

무엇을 하였느냐?

 

웃고 울었고

행복했고 슬펐다.

 

늘어가는 새치야 

왜 그리 되었느냐?

 

성공하고 실패했고

고민하고 좌절했다.

 

떨어지는 눈물아

왜 멈추질 못하느냐?

 

사랑하고 이별했고

기다렸고 못 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