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의 개봉을 앞두고 우리나라 대표 영화 평론가인 이동진 씨가 <노량: 죽음의 바다>에 대한 리뷰를 남겼습니다. 영화를 아직 보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부분이 많아서 요약, 정리해드리니 관심 있으신 분은 천천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총평을 먼저 한다면?
재미있게 보았다. 앞선 두 작품들과 비교해 특히 연출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김윤석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났지만 영화를 다 보고나면 결국에는 김한민 감독의 연출이 대단함을 느낀다. 곳곳에서 김한민 감독의 존재감이 엿보였고, 관객들이 대작에 기대하는 규모와 품격을 두루 갖춘 영화다.
명량, 한산과 비교한다면?
명량은 실망스러웠고, 한산은 괜찮은 영화였다. 한산의 경우는 전쟁 영화의 호쾌함을 제대로 전달했다. 반면에 한산의 경우는 드라마적인 부분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명량의 경우는 반대다. 당시 이순신 장군의 극적인 상황을 보여주면서 드라마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초반부에 우왕자왕한다는 느낌이 많았다.
<노량: 죽음의 바다>은 앞의 두 영화보다 났다. 김한민 감독은 10년동안 이순신 3부작에만 집중했던 만큼 그의 변화가 느껴진다. 한산의 장점이었던 스펙터클한 해전 장면은 그대로 이어오면서 한산에서 부족했던 감정적인 측면도 함께 녹여냈다. 아들에 대한 사랑, 먼저 죽은 전우들에 대한 감정, 죽기 직전의 감정 등이 영화에서 잘 표현되었다.
누군가는 이 감정적인 부분을 보고 신파스럽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나(이동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억지스럽지 않았으며 오히려 앞선 두 작품에서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던 품격이 엿보였다. 이순신 장군이 죽는데 이 정도의 감정도 담겨있지 않다는 것이 말이 되겠는가.
<서울의 봄>과의 공통점
<노량: 죽음의 바다>을 보면 <서울의 봄>과의 공통점이 많다. 첫째, 두 영화는 모두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군사적 상황으로 세상이 바뀌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둘째, 군인의 직업의식과 책임감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영화다. 셋째, 영화를 다 보고나면 정리되는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마음이 복잡해지는 영화다. 넷째, 하룻밤 사이에 다양한 인물들 간에 갈등이 생기고 힘의 균형이 왔다갔다 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다섯째, 뛰어난 연출 때문에 우리는 결말을 다 알고 있음에도 긴장감을 가지로 영화를 보게 된다.
전쟁영화로서의 <노량>
영화를 보면 날씨와 조류, 전장 상황 등에 따른 전투의 구체적인 묘사가 돋보인다. 조선, 명, 왜 삼국이 전쟁에 얽혀있는 복잡한 전략, 변수, 이해관계 등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서로가 서로를 못 믿는 상황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왜 장수 사이에서의 갈등, 명 장군 사이에서의 갈등 등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서로를 못믿는 상황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인물들의 심리와 행동을 보는 재미가 있다.
반전 메시지
이 영화는 승전의 기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참혹함에 대한 탄식과 비장함을 보여준다. 반일이라든지 반중적인 태도가 영화에 없다. 선과 악의 구도가 아니라 각각의 이해관계와 감정들을 세심하게 담아냈다. 이순신의 전쟁영화만 10년동안 찍어온 김한민 감독이 결국에 보여주려는 메시지는 '반전'이었던 것 같다.
의도적인 지연(delay)의 활용
김한민 감독은 지연(delay)이라는 것을 의도적으로 잘 활용하는 연출적인 특징을 선보였다. 이야기 전개상 어떤 것이 나와야 할 타이밍에 그것을 보여주지 않음으로해서 '서스펜스'를 만들어냈다. 예를들어, 이순신 장군이 피격되는 순간과 운명하는 순간 사이의 간격을 지연시킴으로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미지와 사운드의 지연도 돋보인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영화의 사운드(특히 북치는 소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사운드의 선택, 지연을 통해 흥미롭게 연출되는 장면들이 많았다.
<노량: 죽음의 바다>의 단점
<노량: 죽음의 바다>은 해전 장면에서 결정적인 임팩트가 부족하다. 한산 같은 경우는 치열한 전투 중 거북선이 나타나 돌격하는 장면이 임팩트있게 기억이 난다. 하지만 <노량>에서는 100분간의 해전을 그렸음에도 그런 특징적인 대박 전투씬은 없다.
전투 과정이 다소 길게 묘사된 측면이 있다. 실제 10시간이 넘는 전투를 보여주어야하고 전투 중 전세가 엎치락뒤치락 했으며, 마지막에는 이순신의 죽음으로 비장미를 보여주어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보는 관객을 체력적으로 감정적으로 지치기 쉽다.
이동진 평론가는 전체적으로 이순신 3부작 중 <노량: 죽음의 바다>을 가장 높게 평가하였습니다. 명량의 단점이있던 신파스러운 부분은 연출의 품격으로 극복했고, 한산의 장점이었던 호쾌한 해상전투는 이번에도 잘 보였주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이동진 평론가의 <노량: 죽음의 바다>에 대한 설명을 직접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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