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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 ★/명문, 명연설 전문

제갈량의 출사표 전문 [명문, 명연설 #3]

by 꿀돈잼 2022. 6. 23.

 
오늘 알아볼 명문은 제갈량(제갈공명)의 출사표이다.
 

출사표를 쓰게 된 배경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승상이었던 제갈량(제갈공명)이 후주(2대 황제)인 유선(유비의 아들)에게 올린 상소문이다. 
이 출사표는 위나라를 정벌해 북방을 수복하라는 촉한의 1대 황제 유비의 유언을 받들어 군사를 끌고 위나라를 토벌하러 가기 전에 쓴 글이다. 여기에는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마음과 자신이 없는 동안 각 분야의 현명한 신하들과 함께 나라를 잘 다스려달라는 간곡한 당부의 말이 담겨있다. 
 
제갈량의 출사표는 전 출사표와 후 출사표가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출사표라고 하면 전 출사표를 말하며, 후 출사표는 후대의 위작이라는 논란도 있다. 이하에서 출사표라고 하면 전 출사표를 의미한다.

 

제갈량(제갈공명)의 출사표 전문

선제께서 왕업을 시작하신 지 아직 반에도 미치지 못하였는데 중도에서 돌아가시고, 지금 천하가 셋으로 나뉘어있습니다. 
 
우리 익주는 오랜 싸움으로 지쳐있으니, 이는 진실로 국가가 위급하여 흥하느냐 멸망하느냐 하는 때입니다. 
 
그러나 모시고 지키는 신하들이 안에서 게으르지 않고, 충성스런 뜻이 있는 무사들이 밖에서 자기 몸을 잊고서 애쓰는 것은, 모두 선제의 특별히 두터웠던 대우를 추모하여 이를 폐하에게 보답하고자 해서입니다.
 
폐하께서는 진실로 성덕을 열고 펴시어, 선제가 남긴 덕을 빛나게 하여 뜻 있는 선비들의 의기를 더욱 넓히고 키우셔야 하며, 결코 스스로 덕이 엷고 재주가 없다 단정 내리셔도 아니 되며, 옳지 않은 비유로 의를 잃으셔서 충성된 간언이 들어오는 길을 막으셔서도 아니 됩니다. 
 
궁중과 관원이 모두 일체가 되어야 하니, 선과 악을 척벌함을 달리해서는 안될 것이요, 간사한 짓을 하여 죄과를 범하는 자 및 성실하고 선량한 일을 한 자가 있으면 마땅히 담당자에게 맡겨서 그 형벌과 상을 논하여 폐하의 공평하고 분명하신 다스림을 밝혀야 할 것이요, 편벽되고 사사로이 하여 내외로 하여금 법을 달리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시중과 시랑인 곽유지, 비위, 동윤 등은 모두가 선량하고 진실하여 뜻과 사려가 참되고 순수합니다. 그러므로 선제께서 뽑으시어 폐하께 남기셨으니 제가 생각건대 궁중의 일은 일에 크고 작음 없이 모두 이들에게 자문하신 연후에 시행하시면 반드시 폐하의 부족한 점을 보충하여 넓히고 유익하게 하는 바가 있을 것이요, 장군 상총은 성품과 행위가 착하고 공평하여 군사를 잘 아는 지라 예전에 시험 삼아 등용함에 선제께서 그를 칭찬하여 유능하다고 하셨습니다.
 
이 때문에 여러 사람이 의논하여 총을 천거하여 지휘관으로 삼았으나 어리석은 신은 생각건대 군영 중의 일은 대소 없이 모두 그에게 물으면 반드시 각 부대들로 하여금 화목할 수 있게 되어 우수한 자와 졸렬한 자가 각각 제자리를 얻게 될 것입니다, 
 
현명한 신하를 가까이 하고 소인을 멀리함은 이것이 선한이 흥하고 융성한 까닭이요, 소인을 친근히 하고 어진 신하를 멀리함은 이것이 후한이 패망한 원인입니다. 선제께서 계실 때에 매사 저와 함께 일을 논할 적마다 일찍이 후한의 환제와 영제의 일을 탄식하고 몹시 원통하게 생각하셨습니다.  
 
시중, 상서, 장사, 참군은 모두 곧고 어질며 죽음으로 절개를 지킬 신하들이오니, 요청하건대 폐하께서는 이들을 가까이 하시고 이들을 믿어주시면 곧 촉한의 황실이 다시 번창할 날을 헤며 기다릴 수 있을 것입니다.

신은 본디 미천한 백성으로 남양에서 몸소 밭 갈며 지내며, 구차히 어지러운 세상에서 생명을 보존하고 제후에게 알려져서 출세할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선제께선 신을 비천하다 여기지 않으시고 외람되게도 스스로 몸을 낮추시어 세 번이나 신의 초옥 안으로 찾으시어 신에게 당세의 일을 물으시니 이로 말미암아 감격하여 마침내 선제를 도와 힘써 일하기로 하니, 그 뒤 선제의 세력이 엎어지고 뒤집히려 할 때, 신은 싸움에 진 군사들 틈에서 소임을 맡고 위태롭고 어려운 지경에서 명을 받았습니다.
 
그 이래로 21년이 됩니다. 선제께서는 신이 삼가고 조심함을 아시는지라 그러므로 돌아가심에 임하여 신에게 큰일을 맡기셨습니다. 명령을 받은 이래로 아침부터 밤까지 신이 우려해 온 것은 그 당부를 들어드리지 못하여 선제의 밝으심을 다치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5월에는 노수를 건너 그 거친 오랑캐 땅 깊이까지 들어갔습니다.

 
이제 다행히 남방은 이미 평정되었고, 싸움에 쓸 무기며 인마도 넉넉합니다. 마땅히 3군을 격려하고 이끌어 북으로 중원을 정벌해야 하고, 노둔한 힘이나마 다하여 간사하고 흉악한 무리를 쳐 없애야 하며, 다시 한의 황실을 일으켜 옛 도읍지로 돌아가는 것. 이것이 신이 선제께 보답하는 방법이요, 폐하께 충성하는 직분인 것입니다. 
 
그동안 이곳에 남아 나라에 이롭고 해로움을 헤아려 폐하께 충언을 올리는 것은 곽유지와 비위, 동윤의 일이 될 것입니다. 바라건대 폐하께서는 신에게 역적을 치고 나라를 되살리는 일을 맡겨주시옵소서. 그리고 신이 만약 제대로 그 일을 해내지 못하면 그 죄를 다스리시고 선제의 영전에 알리옵소서.
 
만일 폐하의 덕을 흥하게 할 충언이 없으면 곽유지와 비위, 동윤을 꾸짖어 그 게으름을 밝히옵소서. 폐하 또한 자주 의논하시어 스스로 그 길로 드시기를 꾀하소서. 좋은 방도를 자문하시고, 좋은 말을 살펴 받아들여 선제의 남기신 말을 깊이 따르소서. 신은 받은 은혜에 감격하여 이제 먼 길을 떠나거니와, 떠남에 즈음하여 표문을 올리려 하니 눈물이 솟아 더 말할 바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글에 대한 평가

제갈량의 출사표에는 나라에 대한 충성과 백성을 걱정하는 정성이 구구절절 배어있다. 이런 출사표를 읽고 울지 않은 이가 드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출사표에 대한 비판도 있다. 
촉한의 마지막 황제인 유선에게 진정으로 충실한 것처럼 보이나, 황제에게 자신의 세력인 신하들의 의견을 따르도록 강요했고 황제의 권력을 통제하려 했다는 것이다. 제갈량은 군대를 동원한다는 명목으로 꼭두각시 황제 유선을 통제하고 무력화시켜 국가의 권력을 공고히 하고 그를 중심으로 한 독재 정치를 시도했다는 비판이다. 
 
사실 글을 처음 읽었을 때는 신하로서 유비에 대한 충정심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두번 세번 읽다보면 이 글을 받은 유선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숨이 막힌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엿한 황제임에도 선제 유비의 그늘에, 그리고 제갈량의 그늘에 가려 꼭두각시가 된 듯했다. 
 
이 출사표가 최고의 명문이라고 평가받는 데에는 중국의 유교정신, 즉 군신관계, 부자관계를 중시하는 문화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바뀜에 따라 다시 한번 비판적으로 읽어보아야할 글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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